[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어]


넌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어


 어깨가 맞지 않는 낡은 옷을 입은 것이 비참하다 생각하지 않고

담배를 필터 부분까지 야무지게 피워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 

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열 살 연하의 여자친구를 사랑하며

주머니 속 구겨진 지폐 몇 장에 초라해지지 않고


 너를 게으름 뱅이라고 몰아세우는 아버지를 그래도 이해하며

지금도 행복하지만 내일은 더욱 더 행복해질거라는 믿을을 가지고,

정오의 햇살에 반짝이는 비눗방울처럼 바람 안에서 춤추듯 휘날리며 

넌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어


난 이렇게 살고 싶다고 했어

목적도 없이 가던 길을 잃어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조급해 하지 않고 

아무리 달려도 늘 제자리일지라도, 이미 자리 잡은 친구들과 비교해 내가 초라해도 주눅들지 않고


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꿈을 악착같이 잡고 늘어지며 내가 하는 일이 정확하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

그래도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난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어


 비록 지금 우리는 이렇게 초라하고 

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대책없이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모두 우리가 선택한 것이니까

후회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 

의심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싶다. 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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